7년 후, 뉴라이트

때는 2005년 4월. MBC에서는 <보수가 말하는 한국의 보수>란 주제로 100분 토론이 열렸다. 말 그대로 보수 인사들끼리의 논쟁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의 대화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뉴라이트는 한나라당과 전격 연합할 것이다.”라는 홍준표 의원의 말에 신 대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TV를 보며 신 대표의 말에 속으로 의견을 같이 했던 나는 당시 자유주의연대의 청년논객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10년 후, 뉴라이트』라는 칼럼을 쓴 것도 그 무렵이다. 현실 정치가 아니라 나름의 대안을 표현하는 것으로 뉴라이트의 현재(2005년) 소임은 충분하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동안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많은 세력들의 정계 투신이 줄을 잇는 가운데서도 자유주의연대만큼은 자제하는 걸 보며 동의의 시선을 보냈던 것도 그래서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홍 의원이 말한 ‘대선 직전의 전격 연합’은 결국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금, 뉴라이트의 상황은 전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해도 좋다. 한나라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수준에서 머물던 자유주의연대 역시 현실 정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신지호 대표는 현재 서울특별시 도봉갑에서 출마할 의사를 밝혀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신분으로 1차 공천 심사에 통과한 상태다. 결과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출사표를 던졌으니 뉴라이트가 더 이상 사상운동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게 된 건 확실하다.

애초부터 뉴라이트는 우파적 지향점을 명확히 해 왔으므로 한나라당과 한 배를 타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게 왜 하필 지금 본격화되는지를 물어볼 순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며 정치 참여를 거부했던 게 기존의 입장이었음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게 뉴라이트의 판단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정말로 그런가?

그동안 뉴라이트가 한나라당과 선을 그었던 이유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상에는 동조하나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우파 사상을 그저 기득권을 위해 이용한다는, 이른바 ‘올드 라이트(old right)론’이다. ‘충격적인 수준의 개혁이 있지 않고서야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는 자유주의연대의 의견도 그래서 나왔던 것이리라.

이 비판적 견해가 입당(入黨)으로 바뀐 결정적 분기점은 역시 대선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금을 ‘신보수’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좌파 언론들도 인정하는 바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할 일도 달라졌다고 판단했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가 보수 세력의 자발적 추동과 혁신의 결과인지는 의문스럽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얻은 원인을 ‘참여 정부 실정’에서 찾은 것은 보수 세력 자신이다. 보수의 이미지를 유연하게 바꿔놓은 데에 뉴라이트의 몫이 적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권이 저쪽에 있었으니 누군들 ‘신보수’이고 싶지 않았겠는가. 어떤 집단이든 어려울 땐 하나가 된다. 지금 출현한 것은 다만 새로운 정권일 뿐, 그것이 새로운[新] 보수의 패러다임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 봐야만 알 수 있다.

다시 정권을 잡은 보수 세력의 실체가 아직은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뉴라이트의 정치 참여가 담는 의미는 더욱 무겁다. 권력 앞에서 원래의 사상을 포기하고 그럴 듯한 핑계를 찾는 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들이란 그 얼마나 많았던가. 뉴라이트가 이들의 전철을 밟는다면 애초에 꿈꾸던 자유주의의 확산이란 더욱 요원한 목표가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나라의 보스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아직도 횡행한 지금, 정치에 참여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비(非)자유주의와도 필요에 따라서는 타협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뉴라이트를 보는 눈이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사회 전체를 바꾸겠다는 그들 다짐의 이면을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할까. 그게 바로 ‘이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과 ‘현실을 위해 싸우는 사람’을 보는 시각의 차이다.

달라진 현실과 달라진 시각의 한가운데에서, 최소한 한나라당의 내부에서라도 온전한 자유주의를 확산시킨다면 뉴라이트의 정치 참여는 그 때 비로소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 10년 후를 말했던 어느 청년논객의 주장보다는 훨씬 이르게 정치 참여를 결심한 뉴라이트지만, 오늘의 판단이 진정으로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생각의 틀 - 자유주의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보다 심화시키는 계기이길 다만 바랄 뿐이다.

(blog.naver.com/m_bishop)

by neotune | 2008/03/06 14:3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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